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의사당 정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거대한 해태 동상 아래에 ‘와인(포도주)’이 묻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단순한 도시 전설 같지만, 이는 엄연히 역사적 사실로 기록된 대한민국 국회의 공식 타임캡슐 이야기입니다.
해태상 아래 묻힌 이 와인은 도대체 왜 그곳에 묻혔으며,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까요? 지금부터 국회의사당 해태상 지하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화를 소개해 드립니다.
진짜 와인이 묻혀 있다?
1. 국회의사당 해태상의 건립과 비밀의 시작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975년에 준공되었습니다. 당시 국회 본관을 지을 때 화재나 재앙을 막아준다는 상상 속의 동물 ‘해태(해치)’ 동상을 정문 좌우에 세우기로 결정했는데요. 이 해태 동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당시 해태제과(현 해태제과식품)가 동상 제작 비용을 기증하며 깊은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동상 완공을 앞두고 무언가 뜻깊은 기념물을 동상 아래 묻어두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논의 끝에 한국 최초의 국산 와인을 타임캡슐 형태로 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보낼 일종의 타임캡슐이었던 셈입니다.
2. 해태상 아래 묻힌 와인의 정체: 노블와인
그렇다면 해태상 아래 묻힌 와인은 어떤 술일까요? 이 와인의 정체는 바로 해태산업에서 제조했던 ‘노블와인(Noble Wine)’입니다. 국회의사당 준공 해인 1975년에 수확한 포도로 빚어낸 한국 최초의 정통 와인으로 평가받는 기념비적인 제품입니다.
당시 관계자들은 해태 동상 좌측과 우측 아래에 각각 36병씩, 총 72병의 노블와인을 묻었습니다. 와인이 부패하거나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을 깊게 파고 석회석 석실을 만든 뒤, 그 안에 항아리를 두고 와인을 정성스럽게 안치했습니다.
3. 왜 하필 ’72병’이며 개봉 시점은 언제인가?
해태상 아래 묻힌 와인의 수량이 총 72병인 데에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당시 국회의원 단상 뒤편에 배치된 국회의원 의석 수 또는 헌정사적 상징성과 맞물려 결정된 숫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와인은 언제 세상의 빛을 보게 될까요? 개봉 예정 연도는 2075년입니다. 와인을 묻은 1975년으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뒤에 개봉하도록 약속되어 있습니다. 국회 준공 100주년을 기념하며, 미래의 후손들이 모여 100년 동안 숙성된 국산 와인을 나누어 마시는 축제를 열자는 낭만적인 기획이 숨어 있습니다.
4. 100년 뒤 와인은 과연 마실 수 있을까?
포도주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라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일반 와인이 1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을까? 식초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백포도주)의 숙성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실제로 마실 수 있는 상태일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건립 당시 밀봉 기술을 총동원하여 진공 및 항온 처리에 준하는 석조 보관 처리를 해두었기 때문에 기적적인 보존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용 가능 여부를 떠나 100년 전 선조들이 보낸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큽니다.
5. 국회의사당을 방문할 때 발견하는 낭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거나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웅장한 본관 앞을 지키고 있는 좌우의 해태상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차가운 석조 동상 아래에는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 시기의 역동적인 기운과 100년 뒤 미래를 상상했던 선배 세대의 낭만적인 약속이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2075년, 해태 동상이 열리고 마침내 드러날 1975년산 와인의 향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